카투사 자대배치, 뭐가 중요할까?

카투사 보직, 뭘 받느냐에 따라 군 생활이 달라진다
카투사에 붙었다고 끝이 아니다.
후반기 교육을 마치면 보직과 자대가 결정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두 가지가 이후 군 생활의 질을 거의 결정한다고 봐도 된다.
같은 카투사인데 한 명은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전방에서 교대 근무를 서는 경우가 생긴다.
이게 과장이 아니다. 내 동기들만 봐도 본부대대에 배치받은 친구들과 전방 전투부대에 간 친구들의 생활은 체감상 완전히 달랐다. 같은 카투사 맞나 싶을 정도로.
카투사 보직은 어떻게 나뉘는가
카투사 보직은 미군 기준 MOS 분류를 통해 어학, 전산, 군종, 경리, 의무, 정훈, 행정, 군사경찰(헌병), 운전, 보급, 화학, 통신, 정비, 공병, 전투 총 15개 특기군으로 나뉜다.
크게 나누면 사무·지원 계열과 현장·전투 계열로 볼 수 있다.
사무·지원 계열은 행정, 경리, 보급, 의무, 어학, 전산, 정훈 등이다. 현장·전투 계열은 전투, 헌병, 공병, 통신 등이 포함된다.
보직 배정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을 기준으로 순위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점수 순위로 보면 어학이 가장 상위이고, 전산, 군종, 경리, 의무, 정훈, 행정 순이며, 헌병과 전투는 가장 하위에 해당한다.
쉽게 말하면 영어 점수가 높을수록 선호도 높은 보직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점수가 낮으면 헌병이나 전투병으로 빠지는 구조다.
다만 이것도 완벽하게 고정된 규칙은 아니고, MOS는 행정이나 보급인데 실제 일은 정훈병이나 공보병의 일을 하기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부대 크기가 작아서 여러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교도대에서 건물 관리자 업무(정비)를 하게 되었는데, 카투사 인원이 적다보니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건물 관리 역할을 하다가 분대장 역할, 가끔은 외부 업무에 어학담당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사무·지원 계열 — 흔히 말하는 "꿀보직"의 실체
행정병은 각 부대별 또는 부서별 특성에 맞는 행정 업무를 수행하며, 카투사 보직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배정된다.
본부대대나 군병원 행정직으로 배치받은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구조가 기본이고, 주말은 쉬고, 간섭도 적다.
PX도 가깝고, 부대 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쪽으로 배치받으면 카투사의 장점을 가장 온전하게 누릴 수 있다고 봐도 된다.
실제로 본부대대(미군 HQ)는 한국군 px가 근처에 있어 편한점이 있었다.(Camp Humphreys 기준)
나는 부대내 셔틀버스를 타고 20분 가량 가야 한국군 px를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장·전투 계열 — 같은 카투사, 다른 생활
전투병은 주로 전방에 집중 배치된다. 소총병, 박격포병, 전차병, 장갑차병, 자주포병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유사시를 대비한 교육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훈련량이 다른 보직과 차원이 다르다.
전투병, 헌병만 피하면 그다음부터 얼마나 편한 곳으로 가느냐는 100% 운이라고 봐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두 보직은 카투사 안에서도 확실히 구분된다.
(하지만 이 두 보직이 제일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병은 부대 내 치안과 질서 유지, 게이트 출입 및 차량 검문검색, 순찰 업무 등을 담당하며,
임무 특성상 1일 3교대 근무를 하고 항시 실탄을 장전한 채 근무한다.
나도 헌병이었는데, 교도대(영창 관리) 부대로 배정받아서 일반 헌병과는 조금 달랐다.
3교대 순찰이나 게이트 근무는 없었지만, 영창에 매일 출근하고 관련 자료와 사람들을 보는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심지어 천안교도소에 지원을 나갈 때도 있어서, 실제 업무자체는 행정에 가까웠지만 항상 준비태세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전방 전투부대에 간 친구들과 본부나 병원에 배치받은 친구들은 외박 빈도, 훈련 강도, 하루 루틴 모두 체감 차이가 컸다.
물론 전투부대는 일반 카투사보다 추가 휴가가 있고, 헌병은 3교대로 일하는 만큼 중간중간 off라고 해서 휴일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상'의 개념이지 그로인해 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보직만큼 중요한 것 — 자대 배치
보직이 결정되면 그다음은 어느 캠프로 가느냐가 남는다.
이건 정말로 운이다. 보직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는 자대가 100% 랜덤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행정병을 받은 사람들은 순수하게 운에 의해 동두천으로 갈지, 용산으로 갈지, 왜관으로 갈지가 결정난다.
지방 캠프로 가면 외박이 있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있다.
반대로 수도권 캠프면 외박의 의미가 살아난다. 부대 시설 수준도 캠프마다 다르다.
특히 내가 있던 평택 Camp Humphreys는 가장 크고 시설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보다 좋은 시설에서 살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대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대구부대에 배정 받아도 좋았을 뻔 했지만,
동두천에 배정 받은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땐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듯 보직을 잘 받아도 자대에서 또 한 번 운이 갈린다. 이게 카투사 생활에서 개인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보직 받기 전에 뭘 해두면 좋은가
완벽하게 원하는 보직을 받는 방법은 없다. 다만 확률을 높이는 건 가능하다.
영어 점수가 높을수록 선호도 높은 보직에 가까워진다.
KTA에서 치르는 영어 시험 결과도 반영되기 때문에, 입대 전 영어 감각을 유지해두는 게 의미 있다.
자격증도 일부 보직에서 반영된다. 전산 관련 자격증이나 운전면허가 보직 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보직마다 반영 방식이 달라서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어느 정도 준비하되,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솔직히 배정 받는 순간 어디가 어딘지 알기는 어렵다. 42A, 이런식으로 코드로 뜨고, 부대명도 대부분 숫자나 약어로 이루어져있다.
현실은 모두가 다 낯선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점이고, 어떻게든 적응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라는 것이다.
그저 먼저 사회생활을 경험한다는 느낌으로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군 생활을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정리하면
카투사 보직은 크게 사무·지원 계열과 현장·전투 계열로 나뉜다. 생활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보직 배정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 기반이고, 자대는 그다음 운이다. 둘 다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미리 알고 가는 게 낫다.
카투사라고 해서 다 같은 군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