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언젠간 필요한 잡학사전

졸업하고 끄적여보는 편입후기 - 전과, 국립대 편입

theleaf99 2026. 4. 10. 18:22

Canva Ai. 대학부터 전공까지, 그 이후 진로까지 생각보다 결정해야할 일이 많았다.

나는 왜 3학년에 전공을 바꿨는가 — 편입을 결심하기까지

군대를 다녀오면 뭔가 달라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실제로 달라졌다. 돌아와서 한 학기를 더 다니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과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해 여름 편입을 결심했다. 의생명과학과 3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였다.


공부가 싫었던 건 아니었다

 적성이 안 맞아서 그만둔 게 아니다. 전공 공부 자체는 할 만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의생명과학과를 나오면 갈 수 있는 길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연구원, 의전원, 제약 회사. 어느 쪽이든 공통점이 있다. 개인 시간이 없다.

물론 이건 하기 나름이라는 선후배님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 취업보다는 연구소를 택하는 동기들이 많다.

그 와중에도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지만, 내가 꿈꾸는 삶의 목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진로들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진로 문제만이 아니었다. 코로나 직후였고, 전공 수업은 전부 온라인이었다.

자취에 알바까지 하면서 혼자 화면 앞에 앉아 전공을 듣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우울증 초기 증상이 올정도였다. 


3학년까지 다닌 게 아깝지 않았냐면

솔직히 아까웠다.

의생명과학과는 4학년 때 실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말은 조금만 더 버티면 거의 다 온 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걸 알면서 그만두는 건 쉽지 않았다.

그냥 마저 다닐까, 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근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는 결국 그 진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걸 알았다. 흐름을 끊으려면 그때가 맞았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편입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무엇이 옳고 글렀다는 없다. 그저 선택과 책임만 있을 뿐이다.

지금 있는 과에서 졸업을 한다고 잘 됐을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다. 결국 하기 나름인 것이다. 


편입을 결심하고 나서

 결심은 했는데, 어느 과로 갈지가 또 문제였다.

작가가 목표라면 굳이 이과에서 문과로 올 이유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많이 고민했다. 결국 경제학을 선택한 건, 사회를 보는 시각을 갖추고 싶었고,

상대적으로 시간 관리가 가능한 전공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크게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딱히 말로는 크게 응원해 주시진 않았지만,

없는 살림에 인강이나 학원비, 원서 지원 비용까지 도움을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응원이었다.

 

 나는 또래와 비교하는 것에 둔한 편이어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부모님은 막상 졸업하고 취업해서 각자 자기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아들이 답답하기도, 불안하기도 하셨을텐데

끝까지 믿어주셨고, 지금도 믿어주시는 것에 그저 감사하다.


첫해에 떨어졌다

 편입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첫해에 떨어지고 나니까 흔들렸다.

아무래도 주어진 시간도 얼마 없었고, 처음 하는 선택에 자신도 없었다.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한동안 그 생각을 반복했다.

결심이 흔들리는 게 당연한 시기였다.

그래도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 경북대학교 경제학과에 붙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다.

가끔 의생명 동기들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 삶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근데 그 안에 있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출발선이 늦어진 건 맞다.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그래도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내 시간을 내가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게 가장 컸다.

결국 선택이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편입을 준비했는지, 시험 과목과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