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후 대학생활 - 그 후의 적응기

편입 후 대학 생활 —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온 사람의 이야기
편입에 합격하고 나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데 사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전공, 새로운 사람들.
새롭다는 것은 적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신입생때처럼 챙겨주는 선배도, 교수님도 없다.
스스로 준비해서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준비가 된 것 같아도 막상 들어가보면 예상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
이과에서 문과로 전공을 바꾸고 경북대 경제학과에 편입한 후 실제로 겪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 충격 — 사람 수
처음 들어가서 가장 먼저 놀란 건 규모였다.
경제학과는 문과에서도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같은 과, 같은 학번인데 분반이 달라서 아예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건 문과여서가 아니라, 그 중 인기가 많은 경제학과였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의미다.
사실 이과는 어느정도 진로가 정해져있다. 연구실, 아니면 드물게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래도 석사, 박사과정 까지 마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과는 다르다. 대학 졸업부터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전공 시간에 자격증 공부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수업도 다양하다. 10명 이내의 세미나형 수업도 있고, 60명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강의도 있다.
전공 선택의 폭도 넓어서, 나같은 경우 무역이냐 회계냐 진로 방향에 따라 듣는 수업이 달라졌다.
이전에 전공필수만 들어도 학점이 채워지던 구조와는 달랐다.
경영이나 기타 다른 문과 전공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요즘은 AI관련 수업들이 많아졌고, 컴퓨터를 못하는건 큰 디메릿이기 때문에
관련된 준비를 철저히 하는게 좋다.
경제학과의 경우 크게는 무역이나 회계분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본인의 진로를 미리 고민해봐야
남은 2년 동안 필요한 전공을 들을 수 있다.
이과와 문과,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다
전공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게 공부 방식이었다.
이과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외워서 정답을 찾는 방식이다.
문과는 다르다. 왜 그렇게 됐는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사유를 찾는 과정이 공부의 핵심이다.
시험도 서술형과 에세이가 많아서, 단순히 연도와 사건을 외우는 것보다
그 맥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점수를 갈랐다.
문제에 정해진 해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여기서 처음 배웠다.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과에서 오면 처음엔 이게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적응이 되면 오히려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넓어지는 느낌이 있다.
경제학은 문과가 아니다 — 반쯤은
편입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경제학과는 문과지만 수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내 성향이 문과지만 수학을 잘한다?
아마 경제학과에 적응하는게 매우 쉬울것이다.
경제학은 이과와 문과의 경계에 걸쳐 있는 전공이었다.
미적분까지 제대로 다뤄야 하고, 전공필수 과목 중 상당수가 수학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처음에는 문과적인 수업에 만족하다가 전공필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도 그랬다.
그래도 순수 수학을 배우는 것보다는 현실 경제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다.
무역이나 AI와 연계된 수업들은 특히 재밌었다.
경제학과를 준비하는 편입생이라면, 수학을 놓지 말고 기초는 미리 챙겨두는 게 낫다.
편입생으로 학교 다니기 — 현실적인 이야기
편입생은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같은 학번 동기들과 친해지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군대까지 다녀온 상태로 편입하면 나이 차이가 꽤 나고, 1~2학년 수업도 함께 들어야 해서 어색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조별과제를 하면 자연스럽게 조장을 맡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에서의 관계는 많이 포기하고, 외부 활동에서 인맥을 쌓는 쪽을 택했다.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기도 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다만 인간관계를 그냥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교양 수업이나 외부 활동을 통해 인맥을 쌓은 것이지, 아예 남들과 교류를 안하고 혼자 지낸 것이 아니다. 나처럼 대안이 있거나 목적이 명확하면 괜찮은데, 아무 이유 없이 관계를 포기해버리면 학과의 정보가 늦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받기가 힘들어진다. 최소한의 연결은 유지하는 게 낫다.
학교 인프라, 안 쓰면 손해다
비싼 학비를 내고 있는데 학교 시설을 안 쓰는 건 본인 손해다.
도서관, 학생식당, 캠퍼스 내 카페는 밖에 비해 가성비가 확실히 좋다.
특히 사립대라면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학비인데,
사립대였던 이전 대학의 최소 반값이었다. 놀랍게도 10년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대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국립대에 진학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나는 취업 캠프나 외부 연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AI를 활용한 e-커머스나 라이브 커머스 같은 실용적인 내용을 공짜로 배울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돈 내고 들을 내용을 학교 이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건 대학생 때만 가능한 특권이다. 수업만 공짜인게 아니라, 주로 외부 호텔에서 연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경비도 아끼면서 추억을 쌓을 수도 있었다.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프로그램에서 지난번에 봤던 얼굴을 또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찾아서 쓰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
편입하고 나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전공 기초를 미리 공부하고 들어가라.
편입 시험 준비만으로도 벅차다고 느낄 수 있는데, 합격하고 나서 입학까지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전공 기초라도 훑어두는 게 좋다. 3학년 수업에서 교수님들은 기초는 넘어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와 심화를 동시에 따라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시간표를 전략적으로 짜라.
공강을 최대한 만들어서 그 시간에 알바를 했다. 주말은 교회 일로 거의 없었다.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편입생은 일반 학생보다 챙겨야 할 게 많다. 시간표부터 전략적으로 짜는 습관이 필요하다.
수강신청은 모든 대학생들의 전쟁이지만, 편입생이라면 남들보다 빡빡하게 해야한다.
계절학기를 이용해라.
사실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순 있는데, 마지막 학기에 취업이나, 부족할 수도 있는 전공 점수를 채우려면
계절학기는 필수다. 나는 개인적으로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서 수강신청을 했는데,
몰아서 한 과목만 집중하니 좋았던 것 같다.
정리하면
편입 후 대학 생활은 준비한 것과 다른 부분이 분명 있다.
공부 방식도 다르고, 관계 형성도 쉽지 않다. 근데 그게 다 넘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전공 기초를 미리 챙기고, 최소한의 관계는 유지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잘해도 편입 후 대학 생활이 훨씬 수월해진다.